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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웨이 홈 엔딩에서 극장을 나오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피터가 닥터 스트레인지에게 주문을 부탁하는 장면에서부터 이미 가슴이 내려앉기 시작했는데, 막상 MJ와 네드가 피터를 알아보지 못하는 장면에서는 진짜로 멍해졌습니다. 그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브랜뉴 데이가 7월 29일 개봉합니다. 노 웨이 홈이 남긴 자리에서 바로 이어지는 이야기인 만큼, 삼부작의 맥락을 짚고 가면 감상의 밀도가 달라집니다.
모든 걸 잃은 피터, 그 출발선의 의미
솔직히 처음에는 이 설정이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족도, 연인도, 친구도, 심지어 멘토였던 토니 스타크조차 없는 상태에서 혼자 뉴욕을 지킨다는 게 과연 설득력 있게 그려질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거든요.
그런데 홈커밍부터 노 웨이 홈까지 다시 흐름을 짚어보면, 이 결말이 꽤 치밀하게 쌓인 서사의 귀결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홈커밍에서 토니가 슈트를 빼앗으며 던진 한마디는 피터가 도구 없이도 스스로 서야 한다는 걸 각인시켰습니다. 파 프롬 홈에서는 이디스(EDITH)를 통해 엄청난 권한을 손에 쥐었다가 그것이 오히려 함정이 됐고, 노 웨이 홈에서는 가장 소중한 것들을 직접 지워야 했습니다. 매 작품마다 피터는 무언가를 잃으면서 앞으로 나아갔고, 브랜뉴 데이는 그 모든 상실이 누적된 끝에서 시작됩니다.
여기서 캐릭터 아크(Character Arc)라는 개념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캐릭터 아크란 주인공이 이야기를 통해 내면적으로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보여주는 서사 구조입니다. 홈커밍의 피터가 어벤져스의 일원이 되고 싶어 안달하는 소년이었다면, 브랜뉴 데이의 피터는 어떤 소속도, 어떤 후원도 없이 오직 자신의 의지만으로 히어로의 정체성을 증명해야 하는 지점에 서 있습니다. 이 낙차가 크면 클수록 이야기의 장력은 강해집니다.
제가 이 설정에서 가장 주목하는 건 피터의 신체 변화입니다. 자체 제작한 웹슈터가 작동을 멈추고, 몸에서 자연 거미줄이 뿜어져 나오며, 눈이 새까맣게 변하는 통제 불능 상태가 된다는 예고는 단순한 파워업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는 MCU(Marvel Cinematic Universe) 내 스파이더맨 고유의 능력인 스파이디 센스의 확장과도 연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스파이디 센스란 위험을 본능적으로 감지하는 예지 능력으로, 원작 코믹스에서 피터가 극한 상황에 내몰릴 때 극적으로 강화되는 특성을 보입니다. 몸이 먼저 변한다는 것은 이번 이야기가 내면의 변화를 신체로 시각화하겠다는 연출 의도로 읽힙니다.
마블 스튜디오는 2008년 아이언맨 이후 공유 세계관인 MCU를 구축해 오며 캐릭터의 장기 서사를 통해 흥행 공식을 만들어왔습니다(출처: Marvel Studios). 브랜뉴 데이가 그 공식 안에서 피터를 어떻게 재정의하는지, 이 지점이 이번 영화의 핵심 감상 포인트입니다.
빌런 라인업과 서사 밀도 사이의 균형
이번 영화의 빌런 구성은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넓었습니다. 스콜피온, 타란툴라, 부메랑, 렘로드, 툼스톤에 닌자 조직 핸드까지. 처음 라인업을 접했을 때 솔직히 좀 걱정이 앞섰습니다. 노 웨이 홈에서도 빌런 다수 등장에 대한 서사 밀도 논쟁이 있었던 만큼, 이번에도 비슷한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이 빌런들은 각각 원작 코믹스에서 오랜 역사를 가진 캐릭터들입니다. 스콜피온은 전갈 형태의 기계 슈트를 장착한 적대자로 홈커밍 이후 약 10년 만에 복귀하는 것이고, 툼스톤은 뉴욕 범죄 조직의 실세급 인물입니다. 핸드(The Hand)는 마블 세계관에서 비밀 결사 닌자 조직을 가리키며, 주로 데어데빌과 연관된 세력이었습니다. 이들이 한꺼번에 등장한다는 건 단순히 숫자를 늘린 게 아니라 뉴욕 뒷골목의 범죄 생태계 전체가 피터를 가로막는 구도라는 뜻입니다.
이번 영화의 관전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피터의 신체 변화와 통제 불능 상태가 서사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 다수 빌런 중 실제 메인 빌런이 누구로 드러나는지
- 브루스 배너와 퍼니셔가 피터의 편인지, 적인지
- MJ와 네드가 피터를 다시 기억하게 되는지
- 재키 찬 출신 스턴트팀이 구현하는 웹스윙과 벽타기 액션의 수준
여기서 주목할 점은 메인 빌런이 처음부터 드러나지 않는다는 구조입니다. 빌런 라인업 중 누군가 판을 통째로 뒤엎는 역할을 한다는 예고는, 이번 영화가 단순한 배틀 퍼레이드가 아니라 반전 구조를 염두에 두고 설계됐다는 신호입니다. 제 경험상 마블 영화에서 이런 방식으로 빌런을 예고할 때는 대체로 초반부에 등장하는 인물 중 하나가 후반부에 전혀 다른 얼굴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미스테리오가 그랬듯이요.
감정선도 놓칠 수 없습니다. 노 웨이 홈 결말 이후 MJ와 네드가 피터를 기억하지 못하는 상황은 제가 극장에서 가장 오래 마음에 걸렸던 부분입니다. 세계관 붕괴급 액션보다 그 조용한 장면 하나가 더 무겁게 남았거든요. 영화 연구자들에 따르면 관객의 감정 몰입도는 스펙터클보다 캐릭터 간 관계의 위기에서 더 높게 나타납니다(출처: American Film Institute). 브랜뉴 데이가 이 감정선을 얼마나 진지하게 다루는지가 액션 못지않게 이번 작품의 완성도를 가르는 기준이 될 것 같습니다.
상실을 딛고 다시 시작하는 이야기는 히어로 장르 안에서도 늘 유효한 서사입니다. 화려한 스케일 대신 홀로 선 개인의 이야기로 돌아온 피터를 극장에서 직접 확인하고 싶으시다면, 가능한 한 큰 스크린을 선택하시길 권합니다. 제키 찬 팀이 붙었다는 스턴트 액션은 그 자체로 스크린 크기가 체감을 좌우할 것 같습니다. 개봉일은 7월 29일 수요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