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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교육 (애드립 비하인드, 캐스팅, 사적 제재)

방구석김차장 2026. 7. 29. 06:50

목차


    참교육 (애드립 비하인드, 캐스팅, 사적 제재)

     

    통쾌한 사이다 전개가 오히려 불편하게 느껴진 적 있으십니까? 저는 넷플릭스 '참교육'을 보면서 딱 그 감정을 겪었습니다. 학교 폭력과 교권 침해를 정면으로 건드린 이 드라마, 넷플릭스 글로벌 비영어 쇼 1위에 오르며 이미 화제가 된 작품이지만 막상 화면을 들여다보면 단순한 카타르시스 그 이상의 무언가가 남습니다.

    현장을 살린 애드립, 드라마를 완성한 비하인드

    제가 직접 보면서 가장 놀랐던 부분은 대본 밖에서 탄생한 장면들이었습니다. 오화 초등교사 에피소드에서 나화진이 1학년 급식 지도를 하는 장면, 기억하시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아이들이 방울토마토를 하나둘 나화진 손에 쥐여주던 그 장면은 사실 "방울토마토를 달라"는 디렉션 하나에서 즉흥으로 펼쳐진 상황이었습니다. 아이 한 명이 먼저 "저 방울토마토 싫어요"를 외치자 나머지 아이들도 줄줄이 따라붙었고, 결국 어마어마한 양이 김무열 배우의 손에 쌓였죠.

     

    이처럼 현장 즉흥 연기를 업계에서는 임프로비제이션(improvisation)이라고 부릅니다. 임프로비제이션이란 사전에 계획되지 않은 상황에서 배우가 자신의 판단으로 대사와 행동을 구성하는 연기 기법을 의미합니다. 드라마 완성도를 높이는 핵심 변수가 되기도 하고, 반대로 촬영 일정을 무너뜨리는 변수가 되기도 하는 양날의 칼인데, '참교육' 현장에서는 그게 고스란히 명장면으로 남았습니다.

    구운 하이테고 에피소드에서도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습니다. 괴롭힘 가해자들이 사과를 한 뒤, 나화진이 형주에게 조심스럽게 "형주야, 진짜 괜찮아?"라고 묻는 대사 역시 원본 대본에는 없던 문장이었습니다. 상대 배우의 감정선을 끌어올리기 위해 김무열이 즉석에서 던진 말 한마디였는데, 저도 그 장면에서 예상치 못하게 울컥했습니다. 형주 역을 맡은 전봉석 배우도 그 애드리브 덕에 감정을 잡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으니, 현장의 앙상블(ensemble)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꼈습니다. 앙상블이란 공연이나 촬영에서 배우들 사이의 호흡과 조화를 뜻하는 용어입니다.

    김무열 캐스팅 논란, 그리고 인생 캐릭터

    솔직히 처음 캐스팅 소식 들었을 때 저도 반신반의했습니다. 원작 웹툰의 장발 나화진과 이미지가 꽤 달라서, 싱크로율 논란이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실제로 공개 전부터 그런 이야기들이 꽤 돌았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나화진 역은 원래 김남길 배우에게 두 번이나 캐스팅 제안이 갔지만, 두 번 모두 거절하면서 결국 김무열이 주인공을 맡게 된 것이었습니다. 이런 경위에도 불구하고 김무열 배우는 "작품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이라는 태도를 일관하며 논란을 조용히 잠재웠죠.

     

    제 경험상 이런 경우가 오히려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억지로 맞춰 넣기보다 배우가 역할에 완전히 투신했을 때 캐릭터가 더 입체적으로 살아납니다. 실제로 드라마에서 나화진은 과장된 히어로가 아닌 차갑고 단단한 감독관의 면모를 유지했고, 김무열 배우는 이전 작품에서 백창기 역을 소화한 경험을 바탕으로 액션 시퀀스를 직접 촬영했습니다. 액션 시퀀스란 스턴트와 격투가 연속으로 이어지는 장면 구성을 의미하며, 배우의 실제 피지컬과 훈련 수준이 완성도를 좌우합니다.

     

    이 드라마에서 김무열 배우가 직접 소화한 스턴트는 한두 개가 아니었습니다.

    • 아파트 추락 장면에서 선생님을 구하기 위해 날아가는 신을 본인이 직접 촬영
    • 차량 위에 올라타는 장면도 스턴트 대역 없이 직접 진행
    • 마지막 신에서 와이어를 이용한 고공 점프 장면도 본인 참여
    • 비행하는 느낌을 살리기 위해 아래에서 선풍기를 틀어주는 소소한 비하인드까지 존재

    배우 한 명이 이 정도 퍼포먼스를 낸다는 것 자체가 작품의 밀도를 다르게 만들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적 제재의 카타르시스, 그 이면의 불편함

    드라마 '참교육'의 핵심 갈등은 결국 사적 제재(private sanction) 문제입니다. 사적 제재란 법적 절차와 공권력을 거치지 않고 개인이 직접 가해자를 응징하는 행위를 뜻합니다. 현실에서는 불법이지만 픽션 안에서는 대중이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장치로 자주 활용됩니다.

     

    원작 웹툰 자체도 실제 있었던 사건들을 모티브로 삼아 엄청난 화제를 모았고, 그게 드라마화로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저는 드라마를 보는 내내 통쾌하면서도 동시에 씁쓸했습니다. 화면 속 사이다 전개가 주는 쾌감 뒤에, "이게 실제로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일이구나"라는 생각이 파고들었기 때문입니다.

     

    2025년 7월에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넷플릭스 한국 지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드라마 제작 중단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출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사 체벌을 옹호하거나 폭력적 해결 방식을 미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유였는데, 이는 단순한 과민 반응이 아니라 미디어 리터러시 관점에서 실제로 검토할 필요가 있는 지적입니다. 미디어 리터러시란 미디어가 전달하는 메시지를 비판적으로 읽고 해석하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국내 학교폭력 피해 현황을 보면, 2024년 기준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이 초등학생에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출처: 교육부). 드라마가 이 현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기능을 한다는 점은 긍정적입니다. 다만 폭력에 맞서는 방식이 또 다른 폭력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은, 드라마를 본 뒤에도 여전히 제 안에 남아 있습니다.

     

    이 드라마가 잘 만들어진 이유 중 하나는 단순 응징에서 멈추지 않고 인물들의 서사에 무게를 실었다는 점입니다. "교건국은 선생님 편도 학생 편도 아닌 피해자의 편"이라는 대사가 그 방향성을 가장 잘 압축하고 있습니다. 1차원적인 권선징악 구도가 아니라 피해자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구성하려 했다는 점에서, 원작보다 정제된 시선을 담아냈다고 봅니다.

     

    드라마 '참교육'이 넷플릭스 글로벌 비영어 쇼 1위를 기록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현장의 즉흥 연기와 배우들의 투신이 만들어낸 밀도, 그리고 사회적 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리는 소재의 힘이 맞물린 결과입니다. 시즌 2가 나온다면, 이번 시즌이 열어놓은 질문들을 좀 더 깊이 파고들어 주길 기대합니다. 카타르시스를 주면서도 생각할 거리를 남기는 드라마, 오랜만에 제대로 된 작품을 만난 느낌이었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1EsXEfFo03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