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개봉해 256만 관객을 동원하고, 일본에 역수출되어 300만 명을 넘기며 한국 영화 일본 흥행 1위를 약 15년간 지킨 영화가 있습니다. 처음 봤을 때 저는 정우성과 손예진의 비주얼에 먼저 감탄했지만, 영화가 끝나고 오래 머릿속을 맴돈 건 그 얼굴들이 아니었습니다.내 머릿속의 지우개와 조발성 알츠하이머영화는 사내 불륜의 끝을 쓸쓸하게 마주하는 여자 김수진의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기차역에서 혼자 기다리다 홀로 돌아오는 그 첫 장면이, 사실 영화 전체 정서를 압축하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후 수진은 편의점에서 우연히 목수 최철수를 만나게 되고, 어딘가 엉뚱하면서도 진심이 넘치는 그의 매력에 점점 빠져듭니다.제가 직접 봐보니, 두 사람의 로맨스가 설득력을 갖는 건 연출의 화려함 때문이 아니었습..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데도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이미 결말을 알고 있는 실화인데도, 이태신(정우성 분)이 마지막 순간 홀로 병력을 이끌고 반란군 앞을 막아서는 장면에서는 손에 땀이 났고, 동시에 "저게 실패할 걸 알면서도 봐야 한다는 게" 이렇게 답답할 일인가 싶었습니다. 1,300만 명 이상이 이 결말을 이미 알고도 극장을 찾았다는 게, 이 영화가 단순한 재연 그 이상이라는 증거일 겁니다.김성수 감독의 은 1979년 12월 12일 밤, 서울에서 벌어진 군사반란을 실시간에 가까운 긴박함으로 그려낸 작품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를 정치 드라마가 아니라 "조직이 무너지는 과정"으로 놓고 보면, 무능하고 우유부단한 리더십이 어떻게 거대한 조직을 파멸로 이끄는지를 보여주는 뼈아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