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책상 한편에 쌓여있는 영양제 통, 몇 개나 되시나요?
종합비타민, 오메가3, 유산균, 그리고 현대인의 필수품이라는 비타민D까지. 매일 아침 출근하자마자 의무적으로 영양제를 한 움큼씩 털어 넣지만, 오후만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무기력증과 피로감은 도무지 가실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저 역시 만성 피로를 이겨보겠다고 해외 직구로 고함량 비타민D를 사서 꼬박꼬박 챙겨 먹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이거 하나 먹으면 광합성 안 해도 되겠지"라며 안심했죠.
점심시간에는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고 곧바로 휴게실로 직행해 스마트폰을 보며 쉬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습니다. 하지만 건강검진 결과표에 적힌 '비타민D 부족'이라는 단어를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영양제 한 알이 우리가 잃어버린 진짜 햇빛을 완벽하게 대신할 수는 없었던 것입니다.
오늘은 알약 10알보다 강력한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점심시간 15분 햇빛 산책의 기적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영양제가 '진짜 햇빛'을 이길 수 없는 이유
비타민D 영양제는 분명 훌륭한 보조 수단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직접 야외로 나가 햇빛을 받을 때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단순히 영양소 하나를 채우는 것 이상입니다.
우리의 뇌는 눈과 피부로 직접 햇빛을 감지할 때 '세로토닌'이라는 호르몬을 콸콸 쏟아냅니다.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세로토닌은 직장 생활의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줄여주고 오후 업무를 버틸 수 있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만들어줍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낮에 만들어진 세로토닌이 밤이 되면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으로 변환된다는 사실입니다. 즉, 낮에 햇빛을 듬뿍 받아둔 사람만이 밤에 깊고 달콤한 꿀잠을 잘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되는 셈입니다. 실내의 어두운 형광등 불빛이나 모니터 불빛으로는 이 생체 호르몬 스위치를 절대 켤 수 없습니다.
직장인을 위한 15분 광합성 현실 가이드
"바빠 죽겠는데 언제 산책을 하나요?"라고 반문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거창한 운동복이나 1시간의 여유는 필요 없습니다. 점심 식사 후, 사무실로 돌아가기 전 딱 15분만 투자하면 됩니다.
- 가장 해가 쨍쨍한 시간을 노려라 비타민D 합성에 가장 효율적인 자외선(UVB)은 하루 중 태양이 가장 높이 떠 있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 사이에 가장 강합니다. 직장인들의 점심시간과 완벽하게 겹치는 골든타임이죠.
- 자외선 차단제는 얼굴에만, 팔은 걷어붙이기 기미나 주근깨가 걱정되어 온몸을 꽁꽁 싸매고 자외선 차단제를 두껍게 바르면 광합성 효과가 뚝 떨어집니다. 얼굴에는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되, 산책을 할 때는 셔츠 소매를 걷어 팔뚝이나 목덜미 정도는 10~15분간 직사광선에 가볍게 노출시켜 주는 것이 좋습니다. (참고로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은 자외선이 대부분 유리창에 차단되므로 반드시 야외로 나가야 합니다.)
- 스마트폰은 주머니에, 시선은 멀리 이 15분은 단순히 걷는 시간이 아니라 뇌와 눈을 쉬게 하는 시간입니다. 스마트폰을 보면서 걸으면 모니터를 볼 때와 똑같이 안구와 뇌가 긴장합니다. 시선은 멀리 있는 나무나 구름을 향하게 두고, 눈의 피로를 풀어주는시간을 가져보세요.
"너무 피곤해서 걷기 싫어요"라는 착각
점심을 먹고 나면 몸이 노곤해져서 당장이라도 책상에 엎드려 자고 싶은 유혹이 듭니다. '피곤하니까 움직이지 말고 쉬어야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사무직 직장인들이 느끼는 피로는 육체적 노동이 아니라 뇌의 스트레스와 산소 부족에서 오는 가짜 피로일 확률이 높습니다.
오히려 무거운 몸을 이끌고 밖에 나가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15분을 걷고 나면, 하체 근육이 펌프질을 시작하며 혈류량이 증가하고 뇌에 산소가 공급됩니다. 엎드려 잤을 때보다 걷고 난 후 머리가 훨씬 맑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정 걷기 힘든 날이라면 벤치에 가만히 앉아 눈을 감고 햇볕을 쬐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우리는 식물과 다를 바 없습니다. 물과 양분(식사)도 중요하지만, 햇빛을 보지 못하면 결국 시들해지고 맙니다. 내일 점심시간에는 커피를 들고 사무실로 곧장 돌아가는 대신, 회사 주변을 딱 한 바퀴만 돌며 진짜 에너지를 충전해 보시길 바랍니다.
(주의: 자외선에 매우 민감한 피부 질환이 있거나, 혈중 비타민D 수치가 심각하게 낮아 전문의로부터 고용량 처방을 받은 경우에는 반드시 의료진의 지시에 따라 영양제와 치료를 병행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