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극장가에서 유독 입소문이 길게 이어진 영화가 있다면 단연 《오디세이》일 겁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이름값만으로도 기대가 컸는데, 실제로 스크린 앞에 앉아보니 "왜 다들 아이맥스로 봐야 한다고 하는지" 체감이 됐습니다. 세 시간에 가까운 러닝타임 내내 눈을 뗄 수 없었던 건 오랜만의 경험이었습니다. 쌍천만 신화, 영화 가 쓴 흥행 기록《오디세이》는 2026년 8월 5일 국내 개봉해 9월 6일 1,000만 관객을 돌파했고, 9월 29일 기준으로는 1,183만 7,353명을 넘어섰습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놀란 감독에게는 2014년 《인터스텔라》(1,038만 명)에 이은 두 번째 '천만 영화'로, 두 작품 모두 프랜차이즈가 아닌 단독 오리지널 작품이라는 점에서 해외 감독..
영화 《7번방의 선물》이 2013년 개봉했을 때, 저는 이 영화가 이렇게까지 오래 회자될 줄은 몰랐습니다. 코미디로 시작해서 눈물로 끝나는 전개가 뻔하다는 생각으로 봤는데, 영화가 끝나고 한참 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던 기억이 선명합니다. 개봉 당시 최종 누적 관객 약 1,281만 명을 동원하며 역대 한국영화 흥행 상위권에 올랐다는 건, 저 혼자만의 감정이 아니었다는 뜻이겠죠. 지적장애 아버지, 영화 이 그리는 현실영화는 지적장애를 가진 아버지 이용구(류승룡)가 억울하게 살인 누명을 쓰고 사형을 선고받아 7번방에 수감되면서 시작됩니다. 딸 예승(아역 갈소원)은 보육원에 맡겨졌다가 아버지를 따라 몰래 교도소에 들어가고, 재소자들은 용구의 무고함을 알면서도 그를 지켜내려 애씁니다.제가 다시 이 영화를 떠..
몇 년 전, 팀장이 조용히 저를 따로 부르던 그날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십 년 넘게 다닌 회사였는데, 짐 박스를 받아 들고 엘리베이터를 내려오던 그 몇 분이 인생에서 가장 길었습니다. 영화 《어쩔 수가 없다》를 보는 내내 그 날의 감각이 자꾸 되살아났고, 씁쓸한 웃음과 뜨끔한 공감이 번갈아 찾아왔습니다.해고라는 도끼, 영화 속 구조조정의 민낯영화는 주인공 유만수가 한여름 마당 바베큐를 즐기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안정된 직장, 넓은 집, 아름다운 아내와 아이들, 반려견까지. 그가 "지금 내 기분이 어때? 좋아?"라고 말하는 순간, 관객은 이미 불길한 예감을 갖게 됩니다. 행복감이 정점에 달할수록 추락의 낙차가 크다는 건, 살면서 한 번이라도 벼랑 끝에 서본 사람이라면 본능적으로 아는 사실이니까요. 만수..
몇 년 전, 저는 방 안에 완전히 틀어박혀 지내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세상과 단절된 채 나 하나 건사하기도 버거웠던 그 시절, 우연히 틀어놓은 영화 한 편이 제 가슴을 정통으로 뚫고 지나갔습니다. 2010년 개봉한 한국 액션 누아르 영화 《아저씨》였습니다. 원빈의 재발견이라는 말로는 부족한, 한국 장르 영화사에 깊이 새겨진 작품입니다.누아르 장르의 문법으로 읽는《아저씨》영화 《아저씨》는 한국 액션 누아르(Action Noir) 장르의 정점으로 꼽히는 작품입니다. 누아르(Noir)란 프랑스어로 '검다'는 뜻에서 비롯된 장르 개념으로, 도덕적으로 타락한 사회, 고독하고 상처받은 주인공, 폭력과 범죄가 뒤엉킨 세계를 어두운 톤으로 그려내는 양식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선과 악의 경계가 흐릿한 세계에서 주인공이..
2004년 개봉해 256만 관객을 동원하고, 일본에 역수출되어 300만 명을 넘기며 한국 영화 일본 흥행 1위를 약 15년간 지킨 영화가 있습니다. 처음 봤을 때 저는 정우성과 손예진의 비주얼에 먼저 감탄했지만, 영화가 끝나고 오래 머릿속을 맴돈 건 그 얼굴들이 아니었습니다.내 머릿속의 지우개와 조발성 알츠하이머영화는 사내 불륜의 끝을 쓸쓸하게 마주하는 여자 김수진의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기차역에서 혼자 기다리다 홀로 돌아오는 그 첫 장면이, 사실 영화 전체 정서를 압축하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후 수진은 편의점에서 우연히 목수 최철수를 만나게 되고, 어딘가 엉뚱하면서도 진심이 넘치는 그의 매력에 점점 빠져듭니다.제가 직접 봐보니, 두 사람의 로맨스가 설득력을 갖는 건 연출의 화려함 때문이 아니었습..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그 시절 영화를 즐길 마음의 여유가 없었습니다. 집안 일로 몇 달을 끌어온 피로가 쌓여 웃음이라는 게 사치처럼 느껴지던 때, 《그것만이 내 세상》을 그냥 시간이나 때우려는 심산으로 틀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의 웃긴 장면들이 저를 한참 낄낄거리게 만들었고, 결국 그날 가슴 한구석이 뻥 뚫리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코미디 영화 한 편이 이렇게 큰 위로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그것만이 내 세상》, 예상 못한 웃긴장면의 힘이 영화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역시 웃긴 장면들입니다. 그런데 단순히 우스운 게 아니라, 그 웃음이 꽤 묵직하게 남는다는 게 특이했습니다. 혹시 영화를 보면서 웃고 나서도 뭔가 가슴에 걸리는 장면이 있으셨던 적 있으신가요?영화에서 코미디 효과를 만들어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