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그 시절 영화를 즐길 마음의 여유가 없었습니다. 집안 일로 몇 달을 끌어온 피로가 쌓여 웃음이라는 게 사치처럼 느껴지던 때, 《그것만이 내 세상》을 그냥 시간이나 때우려는 심산으로 틀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의 웃긴 장면들이 저를 한참 낄낄거리게 만들었고, 결국 그날 가슴 한구석이 뻥 뚫리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코미디 영화 한 편이 이렇게 큰 위로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그것만이 내 세상》, 예상 못한 웃긴장면의 힘이 영화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역시 웃긴 장면들입니다. 그런데 단순히 우스운 게 아니라, 그 웃음이 꽤 묵직하게 남는다는 게 특이했습니다. 혹시 영화를 보면서 웃고 나서도 뭔가 가슴에 걸리는 장면이 있으셨던 적 있으신가요?영화에서 코미디 효과를 만들어내는..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여름 블록버스터라길래 으레 나오는 해양 스펙터클 영화겠거니 했는데, 막상 스크린 앞에 앉으니 분위기가 전혀 달랐습니다. 1970년대 바닷가 마을, 낡은 폰트, 귀에 익은 옛 가요. 제가 예상했던 그림과는 완전히 다른 결이었고, 그게 오히려 이 영화를 계속 보게 만든 이유가 됐습니다.레트로 연출이 만든 영화 밀수의 시대적 맥락제가 직접 봤는데, 이 영화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시각적 언어였습니다. 류승완 감독은 이 작품에서 키치하고 스타일리시한 특유의 연출을 다시 한번 보여줍니다. 1960~70년대 할리우드 범죄영화 특유의 색감과 리듬감이 느껴지는 편집이 대표적입니다. 요즘 영화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연출인데, 여기서는 그게 복고풍 분위기를 살리는 핵심 장치로 작..
친한 친구가 언젠가 적이 된다면, 그게 신분 때문이라면 어떻겠습니까. 저는 실제로 그런 경험이 있어서 넷플릭스 영화 전란을 보는 내내 화면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습니다.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천영과 종려, 두 남자의 엇갈린 운명을 담아낸 이 작품은 단순한 역사 액션이 아니었습니다. 시대가 사람을 어떻게 부수는지를 정면으로 보여주는 영화였습니다.신분제가 만든 비극, 예상보다 훨씬 날카로웠다일반적으로 한국 역사 액션 영화라고 하면 화려한 검술과 권선징악 구도가 전부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 정도를 기대하고 봤습니다. 그런데 전란은 그 예상을 처음 30분 안에 완전히 뒤집었습니다. 영화의 핵심 갈등 구조는 수직적 신분 위계, 즉 조선의 반상제(班常制)에서 시작됩니다. 반상제란 조선 시대 양..
류승완 감독이 2년 만에 돌아왔습니다. 2026년 상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꼽히는 영화 '휴민트', 얼마 전 블라디보스토크를 직접 다녀온 저로서는 첫 예고편부터 심장이 쿵 내려앉는 기분이었습니다. 스크린 속 항구 도시의 회색빛 골목이 낯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을 둘러싼 가장 큰 물음, "진짜 재밌냐"에 대한 제 솔직한 답을 여기 풀어봅니다.블라디보스토크 로케이션과 첩보 장르의 결합'휴민트(HUMINT)'라는 제목부터 눈길을 끌었습니다. 여기서 HUMINT란 Human Intelligence의 약자로, 기계나 신호 장비가 아닌 사람을 통해 수집하는 인적 정보를 뜻합니다. 쉽게 말해 실제 사람이 현장에 침투해 얻어내는 정보활동이고, 영화에서는 이를 수행하는 정보원 자체를 가리키기도 합니다. 제목이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