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팀장이 조용히 저를 따로 부르던 그날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십 년 넘게 다닌 회사였는데, 짐 박스를 받아 들고 엘리베이터를 내려오던 그 몇 분이 인생에서 가장 길었습니다. 영화 《어쩔 수가 없다》를 보는 내내 그 날의 감각이 자꾸 되살아났고, 씁쓸한 웃음과 뜨끔한 공감이 번갈아 찾아왔습니다.해고라는 도끼, 영화 속 구조조정의 민낯영화는 주인공 유만수가 한여름 마당 바베큐를 즐기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안정된 직장, 넓은 집, 아름다운 아내와 아이들, 반려견까지. 그가 "지금 내 기분이 어때? 좋아?"라고 말하는 순간, 관객은 이미 불길한 예감을 갖게 됩니다. 행복감이 정점에 달할수록 추락의 낙차가 크다는 건, 살면서 한 번이라도 벼랑 끝에 서본 사람이라면 본능적으로 아는 사실이니까요. 만수..
친한 친구가 언젠가 적이 된다면, 그게 신분 때문이라면 어떻겠습니까. 저는 실제로 그런 경험이 있어서 넷플릭스 영화 전란을 보는 내내 화면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습니다.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천영과 종려, 두 남자의 엇갈린 운명을 담아낸 이 작품은 단순한 역사 액션이 아니었습니다. 시대가 사람을 어떻게 부수는지를 정면으로 보여주는 영화였습니다.신분제가 만든 비극, 예상보다 훨씬 날카로웠다일반적으로 한국 역사 액션 영화라고 하면 화려한 검술과 권선징악 구도가 전부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 정도를 기대하고 봤습니다. 그런데 전란은 그 예상을 처음 30분 안에 완전히 뒤집었습니다. 영화의 핵심 갈등 구조는 수직적 신분 위계, 즉 조선의 반상제(班常制)에서 시작됩니다. 반상제란 조선 시대 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