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세상이 정해놓은 안전한 트랙 위를 무작정 달리고 있다는 공허함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남들이 다 하니까", 혹은 "우리 집안 환경은 이러니까"라는 이유로 내 안의 작은 목소리를 꾹꾹 눌러 담으며 살아온 적, 누구나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저 역시 과거에 주변의 시선과 현실적인 벽에 부딪혀 내가 좋아하는 일에 포기를 선언했던 아픈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 느꼈던 것은 단순한 좌절이 아니라, 내 안의 불꽃이 서서히 꺼져가는 듯한 무기력이었습니다.2000년에 개봉한 스티븐 달드리 감독의 영화 '빌리 엘리어트(Billy Elliot)'는 1980년대 영국 북부의 암울한 탄광촌을 배경으로, 광부 아버지의 기대와 세상의 편견 속에서 남몰래 발레리노의 꿈을..
어느 날 문득 거울을 보며 '진짜 나는 어떤 사람이었지?'라는 서글픈 질문을 던져본 적이 있으신가요? 직장에서는 책임감 있는 실무자로, 가정에서는 누군가의 배우자이자 부모, 그리고 자식으로서 쉴 새 없이 역할 묘기를 부리다 보면 정작 '나 자신'의 목소리는 까마득하게 멀어지곤 합니다. 저 역시 한때 쏟아지는 의무감 속에서 번아웃을 겪으며, 껍데기만 남은 듯한 공허함에 시달렸던 뼈아픈 시기가 있었습니다.조남주 작가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김도영 감독의 영화 은 바로 이 지독한 '역할 갈등'과 '자아 상실'의 과정을 놀랍도록 세밀하고 현실적으로 그려낸 작품입니다. 평범한 30대 여성 지영이 겪는 일상적인 무게는 비단 특정 성별이나 세대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늘은 이 영화를 통해 우리가 사회적 역할 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