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웨이 홈 엔딩에서 극장을 나오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피터가 닥터 스트레인지에게 주문을 부탁하는 장면에서부터 이미 가슴이 내려앉기 시작했는데, 막상 MJ와 네드가 피터를 알아보지 못하는 장면에서는 진짜로 멍해졌습니다. 그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브랜뉴 데이가 7월 29일 개봉합니다. 노 웨이 홈이 남긴 자리에서 바로 이어지는 이야기인 만큼, 삼부작의 맥락을 짚고 가면 감상의 밀도가 달라집니다.모든 걸 잃은 피터, 그 출발선의 의미솔직히 처음에는 이 설정이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족도, 연인도, 친구도, 심지어 멘토였던 토니 스타크조차 없는 상태에서 혼자 뉴욕을 지킨다는 게 과연 설득력 있게 그려질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거든요.그런데 홈커밍부터 노 웨이 홈까지 다시 흐름을 짚어보면, 이 결말..
통쾌한 사이다 전개가 오히려 불편하게 느껴진 적 있으십니까? 저는 넷플릭스 '참교육'을 보면서 딱 그 감정을 겪었습니다. 학교 폭력과 교권 침해를 정면으로 건드린 이 드라마, 넷플릭스 글로벌 비영어 쇼 1위에 오르며 이미 화제가 된 작품이지만 막상 화면을 들여다보면 단순한 카타르시스 그 이상의 무언가가 남습니다.현장을 살린 애드립, 드라마를 완성한 비하인드제가 직접 보면서 가장 놀랐던 부분은 대본 밖에서 탄생한 장면들이었습니다. 오화 초등교사 에피소드에서 나화진이 1학년 급식 지도를 하는 장면, 기억하시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아이들이 방울토마토를 하나둘 나화진 손에 쥐여주던 그 장면은 사실 "방울토마토를 달라"는 디렉션 하나에서 즉흥으로 펼쳐진 상황이었습니다. 아이 한 명이 먼저 "저 방울토마토 싫어요..
저도 처음엔 그냥 가볍게 볼 생각이었습니다. 로드뷰 화면에서 귀신이 포착된다는 설정이 신선해 보였고, 평소 지도 앱으로 낯선 동네를 탐색하는 취미가 있는 저로선 시작부터 묘하게 끌렸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끝난 뒤 무심코 스마트폰 지도 앱을 켰다가 로드뷰 화면 구석에서 뭔가 스산한 기운을 느끼고 황급히 내려놓았습니다. 그 여운이 꽤 오래 남았습니다.로드뷰 공포 : 일상 디지털 공간이 공포의 무대가 되다살목지가 다른 한국 공포영화와 구별되는 지점은 소재의 선택에 있습니다. 로드뷰(Road View)란 구글 스트리트뷰나 네이버 지도처럼 실제 도로를 주행하며 360도 촬영한 파노라마 이미지를 온라인 지도에 제공하는 서비스입니다. 우리가 매일 아무 생각 없이 클릭하는 그 화면 말입니다. 영화는 바로 이 친숙한 공..
2025년 한국 극장가는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 여파가 가시지 않은 2026년 초, '만약에 우리가'가 237만 명을 돌파하며 분위기를 살리던 찰나, '왕과 사는 남자'가 바통을 이어받았습니다. 평소 사극 장르라면 일단 극장으로 달려가는 편인 저도 개봉 당일 표를 끊었는데, 한 줄로 정리하면 단순하지만 확실한 재미였습니다.침체된 극장가에서 이 영화가 통할 수밖에 없는 이유2026년 현재 한국 극장가의 구조를 먼저 짚어야 이 영화의 가능성이 보입니다. '만약에 우리가'를 제외하면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들 이 줄줄이 30만 명 선을 넘지 못했습니다. 이 상황에서 관객들은 확실히 재밌다는 입소문이 돌지 않으면 애초에 극장에 발을 들이지 않습니다. 일종의 자기 방어 기제가 작동하는 셈입니다. 그..
류승완 감독이 2년 만에 돌아왔습니다. 2026년 상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꼽히는 영화 '휴민트', 얼마 전 블라디보스토크를 직접 다녀온 저로서는 첫 예고편부터 심장이 쿵 내려앉는 기분이었습니다. 스크린 속 항구 도시의 회색빛 골목이 낯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을 둘러싼 가장 큰 물음, "진짜 재밌냐"에 대한 제 솔직한 답을 여기 풀어봅니다.블라디보스토크 로케이션과 첩보 장르의 결합'휴민트(HUMINT)'라는 제목부터 눈길을 끌었습니다. 여기서 HUMINT란 Human Intelligence의 약자로, 기계나 신호 장비가 아닌 사람을 통해 수집하는 인적 정보를 뜻합니다. 쉽게 말해 실제 사람이 현장에 침투해 얻어내는 정보활동이고, 영화에서는 이를 수행하는 정보원 자체를 가리키기도 합니다. 제목이 이..
사극과 오컬트 장르를 동시에 좋아하는 저로서는, '동궁'이라는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부터 직감적으로 끌렸습니다. 불을 끄고 혼자 시청하기 시작했는데, 솔직히 첫 장면부터 예상 밖이었습니다. 조선 궁궐이라는 친숙한 공간이 이렇게까지 음산하고 낯선 공간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는 사실이 꽤 인상적으로 다가왔습니다.조선 궁궐을 뒤덮은 세계관, 퇴마 연출의 완성도제가 '동궁'을 보면서 가장 먼저 주목한 것은 소위 '귀의 세계'라는 개념의 시각화 방식이었습니다. 귀의 세계란 산 자와 죽은 자가 뒤섞인 이계(異界), 쉽게 말해 원귀들이 들끓는 영적 차원의 공간을 가리킵니다. 드라마는 이 공간을 핏빛으로 물든 연못과 불에 타 죽은 궁녀들의 형상으로 채워 넣었는데, 그 비주얼이 단순한 공포 연출을 넘어 하나의 독립적인 세..